서울고등법원, 전직 군승 A씨가 낸
‘현역복무부적합 전역처분취소’ 항소 기각

법원이 국방부가 군승 파송 주체인 종단의 계율을 어기고 결혼해 제적당한 전직 군승 A씨에 대해 현역 복무 부적합으로 전역 처리한 것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는 최근 전직 군종법사 A씨가 국방부를 상대로 제기한 ‘현역복무부적합 전역처분취소’ 처분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군종장교는 소속 종단으로부터 파송된 성직자 신분으로, 건전한 병영생활과 정신전력의 극대화에 기여하는 등 군 내 영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면서 “그런데 원고는 군종업무 훈령에 따라 소속 종단 규율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조계종 종헌을 위반해 혼인을 하고도 약 4년간 이 사실을 은닉했다가 승적이 박탈됨으로써 장교 품위를 실추시키고 정직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종장교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조계종 승적 제적처분을 받은 직후 태고종으로 전종하는 등 신의 없는 행동을 한 점에 비춰 보면, 군종장교로서 ‘신의가 없으며 거짓 보고를 하는 사람’으로서 ‘현역 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본 피고(국방부) 판단은 존중해야 한다”며 항소 기각 이유를 밝혔다.

전직 군승 A씨는 종단 법을 어기고 결혼을 해 2015년 종단 승려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에 종단은 “군 성직자 자격 박탈 및 현역 복무 부적합으로 전역 처리해 줄 것”을 국방부에 요청했다. 국방부도 2017년 7월 군종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현역 복무 부적합 결정을 내리고 전역 조치했다. “종파의 계율을 어긴 군종장교가 임무를 지속 수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A씨는 대처 종단 승적을 취득하고, 국방부를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조계종 군종교구가 지난 3월27일부터 29일까지 2박3일간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실시한 ‘2019년 군승 안거 및 포살’. 불교신문 자료사진

하지만 A씨는 1심에서 패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기각을 결정했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성직자로서 종단 규율을 지키지 않은 것도 모자라, 타종단 승적을 취득해 신뢰를 저버린 행위로 상당한 도덕적 결함이 있다고 판단한 종단과 국방부 결정을 존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조계종 종헌이 개정되기 전에 사실혼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원고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 측의) 사실혼 관계를 형성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1심에서도 조계종 종헌 개정 전 사실혼 관계 형성 주장을 하지 않다가 당심에 이르러 위 주장을 하기 시작한 사정 등을 종합하면, 종헌 개정 전 사실혼 관계 형성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조계종 승적이 없어도 주지 업무 등 군종장교로서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태고종으로의 전종을 신의 없는 행동이라 볼 수 없으며, 태고종 소송 승려라 해서 영적인 지도자 역할이 줄어들거나 상실되는 것이 아니라”는 원고 측 주장도 반박했다.

재판부는 “태고종은 국방부에 정식으로 군종 분야 병적편입 대상 종교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한 바가 없고, 군 내 모든 사찰은 조계종 군종교구에 등록사찰이며, 모든 법회 및 의식도 조계종 의식으로 통일돼 있다. 반면 태고종 의식에 따른 종교행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원고는 2015년 4월28일 승적 제적처분을 받은 직후인 4월29일 태고종으로 종파를 변경했으므로, 군 내 사찰 주지로 임명될 수 없고, 종교행사도 주관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그러므로 “군종업무의 가장 주된 업무인 종교 활동을 할 수 없는 이상 나머지 활동만으로 군종장교로서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본 피고 판단은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4호는 ‘군 발전에 방해가 되는 능력 또는 도덕적 결함이 있는 사람’은 현역 복무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으로 각 군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군인사법 시행규칙 56조에서도 ‘신의가 없으며 거짓 보고를 하는 사람 등을 군 발전에 방해가 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역 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고 주장은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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