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평위 “황교안 대표 모습에 유감과 우려”

종단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봉축 법요식 의례 논란과 관련해 우려를 표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은해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서 기본적인 불교 예절인 합장을 하지 않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 네번째) 모습. 사진=BBS불교방송 제공

‘황교안 대표 법요식 의례 논란’ 입장문 발표

지난 5월12일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합장과 관불의식 등 불교 의례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가운데 종단이 “나만의 신앙을 가장 우선시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개인의 삶을 펼쳐나가는 것이 행복할 것”이라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만당스님, 이하 종평위)는 오늘(5월22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모두가 기뻐해야 할 날에 이런 일이 생긴 것에 대해 불교계는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며 이와 같이 강조했다.

종평위는 “우리는 황교안 대표가 믿고 따르는 종교와 신앙 생활을 존중하며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함부로 남의 신앙을 폄훼하거나 다른 종교 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모두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임을 잘 알고 있다”며 황 대표의 종교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개신교 측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논란의 핵심은 황 대표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도자로서 법요식에 참석했음에도 개인의 생각과 입장만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종평위는 “단순히 종교의 문제를 넘어 상식과 합리성, 존중과 이해를 갖추지 못한 황 대표의 모습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결과적으로 개인의 신앙에만 투철했던 황 대표로서는 불교의례를 따르는 것이 불편하고 옳지 않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은해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서 기본적인 불교 예절인 합장을 하지 않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 두번째) 모습. 사진=BBS불교방송 제공

또한 종평위는 “다양성의 범주에서 서로 다른 입장과 견해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기이며 특히 정치인과 지도자들이야말로 이런 자세를 가장 잘 실천해야 할 당사자”라며 “설사 내가 섬기지 않는 스승이라 하더라도 정상적인 지식인이자 교양인으로서 그 예를 갖추는 것조차 손사래를 칠 정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과연 우리 사회를 얼마나 행복하게 이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 대표는 ‘지구촌의 진정한 평화는 어떤 무력이나 현란한 정치나 어느 한 이념으로써 가능하지 않다'는 진제 종정예하의 봉축 법어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며 “‘배타적 종교와 극단적 이념으로 테러와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황 대표는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가질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종평위는 '번뇌(煩惱) 속에 푸른 눈을 여는 이는 부처를 볼 것이요, 사랑 속에 구원(救援)을 깨닫는 이는 예수를 볼 것입니다'라는 불기 2550(2006)년 법전 전 종정 예하의 봉축 법어를 전하며 "황 대표는 이 뜻을 화두삼아 지도자로서의 자세에 대해 깊이 참구하길 바란다”고 권했다.

한편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교안 대표는 12일 제10교구본사 은해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내내 합장 대신 두손을 모은 채 서 있는 모습과 삼귀의 반야심경 봉독에도 반배를 하지 않는 모습이 BBS불교방송을 통해 보도됐다.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관불의식 때도 외빈 중 가장 먼저 호명됐으나 참여하지 않고 손사래 치며 외면해 논란이 됐다.  

황 대표는 지난 3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합장하지 않고 악수로 인사해 불자들의 빈축을 산 바 있다.
 
다음은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입장문 전문.
 

번뇌煩惱 속에 푸른 눈을 여는 이는 부처를 볼 것이요
사랑 속에 구원救援을 깨닫는 이는 예수를 볼 것입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의례 논란에 부쳐 -

지난 5월 12일,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 한 사찰에서 진행된 봉축 법요식에 참석했던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가 합장과 관불(灌佛) 의식을 거부했다고 하여 모든 언론에서 기사화되고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축하하고 기뻐해야 할 날에 이러한 일이 생긴 것에 대해 불교계에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받아들이며, 깊은 우려와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우리는 황교안 대표가 믿고 따르는 종교와 신앙 생활을 존중합니다.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함부로 남의 신앙을 폄훼하거나 다른 종교 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모두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황교안 대표가 스스로 법요식에 참석을 한 것은 자연인 황교안이나 독실한 기독교인 황교안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대 정당의 대표로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도자로서 참석한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지도자이기 보다는 개인의 생각과 입장만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서의 황교안 대표의 모습은 단순히 종교의 문제를 넘어 상식과 합리성, 존중과 이해를 갖추지 못한 모습이기에 깊은 우려를 표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신앙에만 투철했던 황교안 대표로서는 불교 의례를 따르는 것이 불편하고 옳지 않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 날 이렇게 우려할만한 언행을 해 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지구촌 곳곳은 배타적 종교와 극단적 이념으로 테러와 분쟁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원한과 보복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구촌의 진정한 평화는 어떤 무력이나 현란(絢爛)한 정치나 어느 한 이념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황교안 대표가 참석했던 불기2563년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서 발표된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예하의 봉축 법어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습니다. ‘배타적 종교와 극단적 이념으로 테러와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황교안 대표는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가질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만일 이러한 상황에서 남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포용하기보다는 오로지 나만의 신앙을 가장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개인의 삶을 펼쳐 나가는 것이 오히려 황교안 대표 개인을 위한 행복의 길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독재와 권위의 시대를 지나 민주와 평등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여정에서 우리는 획일화하고 통제되었던 과거와 달리 다양성과 차이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함을 알게 되었고, 혐오와 차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의 범주에서 서로 다른 입장과 견해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정치인, 특히 지도자들이야말로 이러한 자세를 가장 잘 실천해야 할 당사자들입니다. 사회 통합 더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어야 할 책무를 이 시대의 지도자들은 짊어지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고 따르고자 하는 거룩한 스승들이 있습니다. 설사 내가 섬기지 않는 스승이라 하더라도 이 시대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지식인이자 교양인으로서 그 예를 갖추는 것조차 손사래를 칠 정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우리 사회를 얼마나 행복하게 이끌고 나갈지 우려됩니다.

십여 년 전,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장에서 거룩한 인류의 스승들을 올바로 볼 수 있는 지혜를 직접 일러주신 종정 예하의 봉축 법어를 황교안 대표님께 전해드리며 그 뜻을 화두삼아 지도자로서의 자세에 대해 깊이 참구하시기를 바랍니다.

번뇌煩惱 속에 푸른 눈을 여는 이는 부처를 볼 것이요
사랑 속에 구원救援을 깨닫는 이는 예수를 볼 것입니다.

불기 2563년 5월 22일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