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명칭 변경했는데
주요 방송ㆍ신문 아직도 혼용
42년만의 ‘성과’ 관리 아쉬워…

‘석가탄신일 앞두고 법당 앞 수놓은 연등(2019년 5월7일자 연합뉴스)’ ‘석가탄신일 맞아 878명 가석방(2019년 5월9일자 동아일보)’ ‘석가탄신일, 서울 올봄 최고 더위(2019년 5월11일자 YTN뉴스)’ 

뭇 생명의 안락과 행복을 발원하는 불교계의 최대 명절 부처님오신날. 

평소와 달리 주요 방송 및 일간지 등에서도 쉽게 불교와 관련된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 지난 12일 불기2563년 부처님오신날을 전후로 주요 일간지와 방송을 살펴보니 다소 불편한 게 눈에 밟혔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정한 ‘부처님오신날’이라는 명칭이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언론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석가탄신일’이라는 옛 명칭을 혼용해 표기했다. 더욱이 주변 지인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석가탄신일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것 보니 여전히 사회 속에선 부처님오신날이라는 어엿한 공식 이름이 와닿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가 음력4월8일을 ‘부처님오신날’이라는 명칭으로 변경한 건 지난 2017년 10월. 이와 같은 결정엔 종단을 중심으로 불교계 전반에서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불교계에서는 기존 석가탄신일 명칭에서 ‘석가(釋迦)’라는 단어가 ‘샤카’라는 고대인도 특정민족의 이름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므로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의미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를 수긍했고 국무회의에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를 개정하며 명칭 변경이 확정됐다. 이로써 1975년 1월 대통령령에 따라 공휴일로 지정된 이후 42년 만에 불교계 요구대로 명칭이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문제는 불교계가 제대로 사후관리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부처님오신날 공식 명칭 변경은 단순히 이름을 바꿨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스님과 불자들은 오래 전부터 ‘석가탄신일’이 부처님 오신 뜻을 정확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폄하하는 뜻이 숨어있어 명칭변경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늘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변경을 거부했다. 명칭변경은 곧 불교계의 오랜 권리 찾기 끝에 얻은 성과다.

하지만 종단과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서는 명칭 변경이 확정된 당시 “환영한다”는 논평만 냈을 뿐 국민들에게 알리는 작업이 미흡했다.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부처님오신날의 의미가 제대로 담긴 명칭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불교신문3489호/2019년5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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