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빛 동화작가
이빛 동화작가

아이가 방과 후 집에 와서 종종 노래를 틀어달라고 한다. 학교에서 들은 노래 중에 좋아하는 노래가 있으면 집에서 또 듣고 싶은 것이다. 난 이 ‘동요 찾아 듣기’를 좋아하는데 이유는 세 가지다.

먼저, 항상 제목이 잘 생각나지 않아 스무고개 맞추듯이 노래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찾을 듯 못 찾을 듯 노래를 찾다 보면 탄식과 감탄이 교차한다. 마침내 찾아냈을 때의 그 기쁨이란! 또, 같이 들으면서 즐거워지곤 한다. 음악 자체가 주는 행복과 동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쾌함이 마음도 춤추게 한다. 마지막으로 동요를 들으며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동요의 가사를 듣다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될 때가 있다.

최근에 아이가 소개해 준 작품은 ‘벚꽃 팝콘’이었다. 제목을 듣자마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제목만 들어도 동요 내용이 상상이 되고 기억에 남아 인상적이었다. 가사도 예쁘고 좋다.

펑 퍼펑펑 펑, 푱표봉 푱푱. 벚꽃을 밤새 달님이 튀기는 경쾌한 소리에 웃고, 달님이 밤새 튀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며 웃음이 났다. 또, 나뭇가지에 매달렸다가 우르르 나에게 쏟아질 것 같다는 엄살에 귀엽고, 하지만 정말로 나한테 쏟아지면 꺄르르 행복해지는 벚꽃 팝콘. 마지막에 길 가던 강아지가 벚꽃 팝콘이 먹고 싶다고 쫄랑쫄랑 따라온다는 가사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곧 펑 퍼펑펑 벚꽃이 피는 소리가 들려올 듯하다. 작년에는 봄을 푸릇푸릇한 새싹과 분홍, 노랑의 꽃으로 생각했다면 올해는 소리로 기다려 본다. 봄의 소리에는 어떤 게 있을까? 추운 겨울을 깨운 졸졸졸 물소리. 따뜻한 햇살에 펑펑 꽃망울이 터지는 소리. 새 학년 하굣길 하하하 웃는 아이들의 소리가 봄을 피운다. 새로운 만남에 두근두근 소리가 들려오고 반가운 만남에 콩콩콩 발걸음도 가볍다. 두꺼운 겨울 이불과 옷을 툭툭 털어 넣어두고. 산뜻하고 얇은 옷이 바스락바스락 내 몸을 가볍게 한다. 집안에 묵었던 물건을 정리하고 먼지도 탈탈 털어본다. 그리고 휴대폰에 새로운 스케줄을 톡톡톡 채워서 계획도 세워보고. 가벼운 신발을 신고 탁탁 걸어 봄을 맞이하러 나간다.

팡팡 터지는 팝콘처럼 봄이 오고 있다. 콩콩 가슴이 뛰며 봄이 기다려진다. 봄이 소리로 오고 있다. 졸졸졸, 펑펑, 하하하, 두근두근, 콩콩콩, 톡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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